전체 글 (27) 썸네일형 리스트형 잡아채는 것은 제 역할이 되겠네요. "저를 위해 찾아주신다는건가요? 그건 기쁘네요." 연기처럼 피어오르는 말들을 잡아내어 손 안에 쥐고 문장으로 짜내어 귓가에 가져왔다. 망자가 들을 수 없는 말은 없으리라. 허나 당신의 마음 속을 읽을 수 없는 것은 살아있을 때나 지금이나 마찬가지다. 가볍게 통과하며 머릿속을 읽을 수 있으면 좋으련만. 당신이 내뱉은 말은 잔잔한 꽃 향기처럼 흘러들어와 주변에 맴돌아 일말의 정신을 울린다. 내가 당신에게 남긴 것이 상처일까, 생각하면서도 그랬으면 좋겠다. 그리 하여 당신에게 잊히지 않을 수 있다면 그것 또한 나쁘지 않을 것 같다. 한편으로는 두렵다. 내가 남긴 흔적을 따라가다보면 내가 숨기고자 했던 것 까지 알아버릴까봐. "변덕, 변심, 혹은 관용...인가요?" 흰 수국은 색이 생겨나지 않아서 백색인 것이다.. 닿는다면, “망자의 목소리는 어디까지 닿을까요?” 산뜻한 녹음을 담은 머리칼은 더 이상 흔들릴 일이 없었다. 그저 흐름에 따라, 움직이는 것에 따라 미묘하게 경직되어있었다. 선홍빛이 사라진 분홍은 한 곳에 꽂혀있었다. 가식으로 인한 부드러움이 아니라 본연의 연한 빛이 자신이 가장 사랑했던 장소를 내려다보고 있었다. 푹신한 의자와 매치되는 쿠션, 이곳저곳에 놓인 화분들과 어우러지는 연하고 수수한 벽지, 포근한 카펫이 깔린 바닥과 손수 장식한 벽 까지 나의 손길이 닿지 않은 곳이 없다. 해바라기가 떠나간 자리에 검은 장미 한 송이가 향을 흩뿌렸다. 아침 햇살에 흔들리는 식물들이 반갑게 손을 흔드는 것을 보았다. 내가 가장 사랑했던 곳과 어우러지는 이. 가볍게 꺼낸 약속을 지켜주며 이곳까지 다다른 것에 없어야 할 감정이.. 그렇다면, 비극은 제가 가져갈게요. 분명 저에게는 더 이상의 시간이 허락되지 않을태니까요. 이미 목소리도 전부 잃었는걸요. 그렇게 말씀해주시니 안심이 되네요. 조금이나마 길을 밝혀드릴 수 있게 되어 다행이에요. 누군가를 구하고자 생각해본적은 많지 않지만... 역시 저도 사람인지라, 사람의 순수한 선의를 사랑할 수 밖에 없더라구요. 진짜 이름은 아니었군요? 어떤 이유 때문에 이름을 바꾸신건지는 모르겠지만... 싫어하시는거라면 하지 않으셔도 괜찮아요. 저도 제가 싫어하는 사람들을 끊어내며 제 이름을 포함한 이것저것들을 버린거니까요. 하지만 그런 것이 아니라면 궁금해지네요. 최대한 귀 기울이고 있을게요. 정말이죠? 이번에도 약속인걸로 칠거에요. 이쪽은 이미 자리 다 채워버렸으니까 오실 자리도 없어요. 시작이 반이라는 말도 있죠, 한 발자국 내딛.. 이전 1 ··· 3 4 5 6 7 8 9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