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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사랑, 나의 증오, 나의 궤변. 나는 언제부터 그것을 알고 있었을까? 그리하여 나는 몰락했다. 빌런이자 4구역의 한 꽃집 청년 칼리스타는 그렇게 눈을 감았다. 눈을 감을 때가 되어서야 눈앞에 드리워진 증오가 사라졌다. 번뜩이는 붉은 빛이 이내 점멸하며 맑고 투명한 분홍빛을 내비추었다. 덧없는 분노임을 알고 있었다. 맑은 구슬에 붉은 막이 씌워진 것은 아마 ■■를 없애버렸을 때라고 생각한다.

 

마지막에, 목 주변이 간지럽다고 생각했다. 분명히 초커는 없었다. 가죽 부분은 쓸 수 없게 만신창이가 되고 겨우 가져온 것은 금속으로 된 연결 장치뿐이었다. 하지만 무언가가 강하게 목을 붙들고 있는 감각이 들었다. 목 뒤쪽으로 생긴, 초커가 당겨져서 남은 상처들과 목이 잡혀 질식해갈 때 생긴 손자국이, 붉은 목줄처럼 나를 메어두고 있었다. 단 한 번도 내 목에 스스로 줄을 걸어본 적은 없었다. 이런 느낌이었구나. 그 ■■에게 매번 목줄을 걸던 순간을 떠올렸다. 그 ■■는 정말로, 나를 공격하려고 했었던 걸까.

 

결국 모든 것이 의미 없다. 그러니 사랑하는 이들이여, 부디 나를 기억해주세요. 절대 죽지 말고 오래 오래 나를 기억해. 4구역에서 져가는 꽃들을 보며 내가 있었다고 말해줘요. 낙원에 있는 그들에게 내가 죽었다고 전해줘. 그들이 절망에 물들어가는 표정을 대신보고 전해줘요. 내 무덤에는 꽃을 두지 말아줘. 나는 평생을 그런 것들과 어울리지 않았어요. 나는 당신들과, 사람과 어울렸을 뿐이지.

 

꽃을 닮은 인간이 진 자리에는 금속이 떨어지는 소리만이 울려퍼질 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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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당신이 이겼어요, 못된 히어로. 반환점이 된 걸 축하해요. 만족하나요?

어쩌면 당신은 밤의 달맞이 꽃 같다고 생각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