홀로 잠긴 방에 남겨져서 생각했다. 내가 잘못한 것이 무엇인가. 부모의 보호 아래 세상으로 눈을 돌리지 않았던 것? 세상과 어른들을 과하게 믿은 것? 어떻게든 그들의 눈에 들기 위해서 필사적으로 노력하고 나 자신을 깎아내었던 것? 혹은, 내 태생 자체가 죄였던가? 내가 내린 결론은 하나였다. 그 어느 것도 내 잘못이 아니다. 아이가 부모에게 보호를 받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아이들로 하여금 세상을 불신하게 만드는 것은 어른들의 잘못이다. 나의 태생은 잘못되지 않았으며, 누구도 핏줄을 두고 옳다거나 그르다거나 할 수 없다. 나는 잘못이 없다. 하지만 이 행위를 정당하다고 할 수도 없다. 나는 그저 살아남기 위해 이 선택을 한 것이다.
짐은 단촐했다. 별관에 들고 왔었던 부모님과의 사진과 학교를 졸업할 때 샀던 목걸이, 머글세계로 넘어갈 때까지는 버틸 수 있을 만큼의 적은 돈, 몰래 숨겨두었지만 단 한 번도 쓰지 않았던 지팡이. 내 모든 것을 쥐고 그들이 방심한 틈을 타 내가 갇혀있던 별관에 불을 질렀다. 난로에서 피어오르던 따듯한 빛은 화마가 되어 나를 집어 삼켰다. 팔다리가 덜덜 떨리고 푸른빛의 두 눈이 붉은 공포로 한가득 채워졌을 때야 결심을 하고 뛰쳐나왔다. 웅성거리는 사람들을 뒤로 하고 달려나간 하늘은 정말로 아름다웠다. 날아가고 싶었다, 엉망진창으로 꺾여 날개깃이 불타버린다 해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