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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달한 희극의 주인공은 언제고 당신이니.

"돌아갈 수 없다는건 슬픈 일에요. 미련 없이 떠났다고 생각했는데 아니었나봐요."

이리도 하고 싶은 말이 많은걸 보면 당연한가. 닿지 못할 것을 계속해서 내뱉는 미련함은 당신이나 나나 마찬가지라고 생각하면서도 멈출 수가 없다. 100번을 시도해서 단 한 번이라도 닿는다면 성공일태니까.

 

사람과 사람 사이의 교차점. 전혀 다른 길을 걸어왔음에도 만났다는 것의 인연. 붉은 실로 이어졌다면 또 다시 만날 운명이라는 말도 있지 않던가. 사실상 당신은 언제나 나와 함께임에도. 꽃들은 말을 할 수도, 표현을 할 수도 없다. 일그러진 형체가 나의 발목을 잡는다. 때로는 족쇄로, 때로는 미련으로 나를 떠나지 못하게 잡는다. 그렇기에 지금도 당신의 주변을 맴돌고 있는 거겠지. 당신이 나에게 내비친 모든 마음이 나에게는 상흔이고 추억이다. 당신의 회색빛 눈에 비치는 제 색이 얼마나 신기한지 당신은 몰랐겠지.

 

당신에게 얼마나 많은 사람이 스쳐지나갔을까, 그리고 또 얼마나 많은 사람의 무엇을 보았을까. 그러다보면 고민이 되기도 한다. 당신은 대체 나에게서 무엇을 보았을까. 당신의 즐거움을 채워줄만한 일은 일절 하지 못했을텐데. 결국 다다른 사고의 종착지는 진실이었다. 살고자 하는 마음, 당신과의 약속을 지키고자 한 진심, 진실되지 못한 약속의 종말이 당신을 무료함에서 끄집어내고 말았다고. 당신을 생각하며 하나 하나 떼어나간 꽃점이 잔재로 남아 가라앉았다.

 

"당신이 저를 기억하는 것, 제가 당신을 기억하는 것. 그것이 중요하죠."

녹빛의 머리칼이 바람에 휩쓸린다. 제 얼굴을, 손을, 옷을 쓸고 지나가며 이곳에 있다며 주장한다. 당신이 나를 보고 있다는 착각이 들었다. 아니, 착각이 아니길 간절히도 바란다. 무엇이든 좋으니 파편을 잡아 작게 속삭이는 말이라도 전할 수 있도록.

 

"저도요,"

짧게 내뱉는 말은 갈망이며 소원이다. 불완전하게 닿는 말이었기에 당신이 무어라 말했을지는 정확히 알 수 없다. 어쩌면 증오한다고, 미워한다고 말했을지도 모른다. 그렇다면 이 감정을 당신이 정의한 것으로 하자. 그리하여 내 안에 남은 마음을 당신으로 채우자.

 

당신의 결말이 희극이라면, 나 또한 함께였으면 좋겠다. 연극의 나무로, 꽃으로, 하늘로, 혹은 그 옆에 서있는 이로서 해피엔딩의 끝을 바라보기를.